알마 펠트한들러
알마 펠트한들러(*1996년생, 파리 거주)의 회화는 상처 입거나, 해졌거나, 시간의 복도에서 서성이는 불안한 모습의 형상으로 가득합니다. 이는 유대인 디아스포라 아카이브,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사진 자료를 비롯해 브루노 슐츠와 맥스 블레혀의 요양원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작은 소품부터 대형 작품까지 펠트한들러의 회화는 일견 신표현주의 회화처럼 보입니다. 화사한 색채의 물감을 캔버스 위에 겹겹이, 아주 얇게 발라 얻어진 형상은 마치 색의 안개 속에서 서서히 걸어나오는 듯 합니다. 꿈결 같기도, 오래된 기억 같기도 한 펠트한들러의 그림은 까딱하면 증발해버릴 것 같은 섬세함을 보여줍니다. 펠트한들러의 그림 속 등장인물은 꼭 다른 시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마치 길에서 만나 몇 마디 주고 받기라도 한 것처럼 다가가기 쉽고 친숙한 느낌을 줍니다. 펠트한들러의 그림은 누군가와 함께 공유한 경험이 남긴 흔적처럼 가까우면서도 먼 감각을 자아냅니다. 캔버스가 물감을 흡수하듯 …
Alma Feldhandler